경북 영덕군 축산항은 이미 대게와 청정 해안도로로 명성을 얻은 바 있으나, 그 주변에는 이름조차 표기되지 않은 한적한 몽돌 해변이 존재한다. 이곳은 지도에서도 뚜렷한 명칭을 찾을 수 없어 필자는 무명몽돌해변이라 명명하였다. 상업 시설이 전무하고 발길이 드문 이 해변은, 현대인이 잊고 지낸 바다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찾아가는 길과 지형적 특징
무명몽돌해변은 축산항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약 7~8분 거리에 위치한다. 네비게이션으로 직접 찾기 어려우므로, 인근 소규모 어촌이나 특정 식당을 목적지로 설정한 후 도보로 접근하는 편이 찾기 쉽다. 필자가 찾았을 당시에는 횟집을 기준점으로 삼았고, 이후 해안로를 따라 약 200미터를 걸으니 파도 소리가 선명히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발밑에서 자잘한 돌멩이들이 바닷바람에 굴러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스치며 나의 발을 이끌었다.
이 해변은 길이 약 150미터, 폭 20미터 남짓으로 작은 편이나, 형태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어 시야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발아래를 채운 몽돌은 크기와 색채가 제각각이다. 회색, 흑색, 갈색이 섞여 있으며, 파도에 젖으면 은빛 광채를 띠어 마치 유리구슬이 깔린 듯 반짝이고 있었다. 물결이 밀려왔다 물러갈 때, 몽돌들이 부딪혀 내는 사각거림은 도심에서 결코 들을 수 없는 천연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여름철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여름의 무명몽돌해변은 단연 시원함이 주는 해방감이 특징이다. 동해 특유의 낮은 수온이 피부를 감싸며, 바람은 해안선을 타고 얼굴을 스친다. 필자가 맨발로 해변에 들어섰을 때, 매끈한 몽돌이 발바닥을 받쳐주며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이 짧은 순간에도 도시의 열기와 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청량감까지 느껴졌다.
이곳은 모래사장과 달리 발이 푹 꺼지지 않아, 잔잔한 파도 속에서도 안정감을 준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고 물살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썰물 시간대에 얕은 바닷속을 관찰하던 중, 불가사리와 소라, 게뿐만 아니라 작은 문어까지 발견한 경험이 있다. 그 문어는 잠시 머리를 내밀어 나를 관찰하더니, 순식간에 해초 뒤로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 이러한 장면은 이곳 몽돌해변이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방문 팁과 환경 보존
무명몽돌해변의 또 다른 즐거움은 해양 생물 관찰이다. 갯바위에는 해초가 풍성히 자라 있으며, 그 틈새마다 조개류와 작은 갑각류가 서식한다. 여름철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하면, 파도가 잔잔해 갯바위 표면이 훤히 드러나므로 이때 생물 탐방이 용이하다. 필자는 방수카메라를 챙겨 갯바위 틈새를 촬영하였고, 이를 통해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미세한 생물군집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탐험은 단순한 휴가를 넘어 학습과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리고 방문할때 팁을 말하자면 첫째, 발 보호를 위해 아쿠아슈즈는 필수다. 몽돌은 겉으로 매끈해 보여도 일부 날카로운 조각이 섞여 있어 다칠수 있으니 꼭 준비해야 한다. 둘째, 해변에는 그늘이 전혀 없으므로 양산이나 간이 텐트를 준비해야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다. 셋째, 주변에 상점이나 매점이 없으므로 간단한 간식과 물은 인근 축산항에서 구입해서 오는 것이 좋다. 넷째, 쓰레기통이 없으니 모든 쓰레기는 반드시 다시 되가져와야 한다.
필자가 이곳을 찾았던 한여름 오후, 해변에는 단 한 팀의 가족만이 머물고 있었다. 그 가족은 아이가 잡은 소라게를 잠시 관찰한 후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는데, 그 모습에서 이 해변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임을 새삼 깨달았다. 사람의 손이 덜 탄 만큼 자연은 여전히 건강하며, 이를 보존하는 것은 방문객의 몫이다.
경북 영덕 축산항 인근의 무명몽돌해변은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특별하다. 홍보물에 등장하지 않는 만큼 상업화의 흔적이 없고, 바다와 몽돌, 바람이 만드는 순수한 풍경만이 존재한다. 여름철, 발밑의 차가운 돌멩이와 은빛 파도의 반짝임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큼 완벽한 선택지는 드물 것이다. 이번 여름 한 번쯤은 지도에 없는 바다를 찾아 나서,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빛을 온전히 만끽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