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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덕풍계곡 (덕풍의 특징, 본류의 풍경, 돌아오는길)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깊은 산속,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채 조용히 흐르고 있는 계곡이 있다. 이름은 덕풍계곡이고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단지 ‘물이 맑은 계곡’이나 ‘시원한 여름 피서지’ 정도로 기억하지만, 실제로 이 계곡을 걸어 들어가 본 이들은 모두 고백한다. 이곳은 풍경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소음이 없는 곳이 아니라 ‘침묵을 배우는 공간’이라고.이번 글은 필자가 직접 여름비가 내린 다음날, 장화를 신고 덕풍계곡 본류까지 1시간 넘게 걸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 계곡이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닌, 감각의 무게와 정서의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수업’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진짜 자연덕풍계곡의 첫 특징은, 도착해서 곧바로 계곡을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주차장에서.. 2025. 7. 19.
천장호 출렁다리 (가는길, 흔들리는 출렁다리, 다리끝) 충청남도 청양의 천장호 출렁다리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다리이다. 하지만 이 다리를 직접 건너는 경험을 해보면 그 이름보다 훨씬 더 내면으로 조용한 감동으로 남는다. 높은 곳에서의 스릴이나 시원한 조망을 기대하며 찾는 이들도 많지만, 막상 출렁다리 위를 걸어보면, 그 느낌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자신과 마주하는 감각의 시간’이다. 이번 글은 바람이 강하게 불던 초여름 흐린 날, 필자가 천장호 출렁다리 위를 걸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그 다리가 전달하는 미묘하고 풍부한 감정을 풀어내고자 한다.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청양군 정산면 천장리에 위치한 천장호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조용한 외곽에 놓여 있다. 청양 시내에서 차량으로 15~20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지만, 주변은 호수와 숲, 그리고 낮은 산자락으로 둘러.. 2025. 7. 18.
제천 배론성지 (배론의 시작, 비오는 숲길, 성지) 충북 제천의 배론성지는 천주교 역사와 순교정신이 깃든 장소로 천주교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한 장소다. 그러나 정작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오랜 시간 마음에 남겨두는 것은 유적보다도, 성지를 에워싸고 있는 조용한 숲길과, 그 길을 걷는 동안의 사색과 침묵이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여름비 내리던 날에 찾은 배론성지 숲길의 정서적 울림을 중심으로, 이곳이 단지 종교적인 장소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내면의 회복지’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배론의 시작은 풍경이다배론성지로 향하는 길은 도시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시간에서도 멀어지는 듯한 기분을 준다. 제천 시내를 지나 언덕과 논길을 통과해 도착한 성지 입구에는 크고 화려한 간판이나 기념비적 구조물이 없다. 그 대신, 낮은 돌담과 오래된 나.. 2025. 7. 17.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 (전나무숲, 풍경, 비내리는 모습) 전라북도 부안의 내소사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도 이름이 나 있지만, 그 어떤 계절보다 여름의 전나무숲은 조용하고 깊은 울림을 준다. 많은 이들이 ‘전나무숲길’이라 하면 단지 걷기 좋은 산책로를 떠올리겠지만, 실제로 내소사의 전나무숲은 길 자체가 하나의 감성 공간이자 시간의 축이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 장마철에 내소사를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길이 단순한 풍경이 아닌 ‘정서적 공간’으로 작용했던 순간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전나무숲, 걷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지나가는 길내소사의 전나무숲길은 정문에서 대웅보전까지 약 600미터 남짓으로 이어지는 직선의 길이다. 숫자로 보면 그리 길지 않지만, 걸어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한 기분이 든다. 이는 걸음의 속도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 2025. 7. 17.
안동 병산서원 (병산서원, 여름비, 풍경)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다양하다.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탈출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감각의 회복을 일깨워주슨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공간은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삶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안동에 위치한 병산서원이 바로 그러한 장소다. 흔히 알려진 역사적 명소나 문화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고요함과 공간이 주는 울림, 풍경이 품은 사유의 여지를 모두 지닌 곳이다. 이번 글에서는 직접 여름비 내리는 날에 병산서원을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이 가진 고유한 정서와 차별화된 매력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시간이 정지된 공간, 병산서원안동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낙동강이 길게 휘돌아 흐르는 병산 앞에 병산서.. 2025. 7. 16.
담양 명옥헌 (풍경, 빗소리, 비의 정원) 요즘 비가 내리는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비가 내릴때 더욱 빛을 발하는 여행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전라남도 담양에는 수많은 정원과 숲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명옥헌 원림’은 비 오는 날에만 진정한 얼굴을 드러내는 아주 조용한 정원이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 안에 담긴 고요함과 깊이는 오직 직접 걷고 바라보고 마주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 장맛비가 내리던 날, 담양 명옥헌 원림을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고택 정원이 전해주는 조용한 감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에 젖은 정원의 풍경명옥헌 원림은 담양의 대표적인 한옥 정원이지만, 죽녹원이나 메타세쿼이아길처럼 유명한 관광지의 복잡함과 소란스러움은 전혀 없다. 담양 읍내에서도 한참을 벗어난 외곽에 위치해 있으며, 안내 표지판도 크지 않아 그.. 2025.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