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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덕구계곡(계곡 상류, 숨은명소, 책임)

by think0927 2025. 8. 13.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깊숙이 자리한 덕구계곡 온천 상류는 여름에도 시원함과 은근한 온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자연 공간이다. 흔히 알려진 하류의 온천탕과는 달리 상류는 사람의 손길이 적어 원시적인 숲과 바위, 그리고 물줄기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8월 한가운데였다. 뜨거운 공기를 가르며 상류로 오르는 동안, 숲 그늘 아래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바람이 먼저 반겼고, 계곡물은 발목을 감싸며 속삭이듯 흘렀다.

 

경북 울진 덕구계곡 상류 오르는 모습
경북 울진 덕구계곡 상류 오르는 모습

덕구계곡 상류의 숨결과 온천수의 비밀

덕구계곡 상류는 다른 계곡과 달리 ‘온천수’가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곳이다. 계곡물은 한쪽에서 솟아나오는 온천수와 만나 26~38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필자가 바위 위에 앉아 발을 담갔을 때, 처음 닿는 물결은 미지근함이 감도는 듯했으나, 조금만 움직이면 발목에 시원한 물이 스쳤다. 이는 온천수와 차가운 계곡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었다. 바위 틈새에서는 미세한 기포가 오르며, 그 기포 속에는 미네랄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상류로 오를수록 물은 더욱 맑아지고, 수면 아래 작은 물고기와 민물새우가 모습을 보였다. 숲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햇빛을 거의 차단하고, 귀를 기울이면 계곡물과 바람 소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환경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 주었고 여름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한나절을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숨은 명소 

덕구계곡 상류를 다녀간다면, 주변에 숨겨진 명소 세 곳을 함께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이는 인터넷 지도나 여행 안내서에 거의 드러나지 않은 장소들로, 현지인 몇몇만 알고 있는 곳들이다.

첫째, ‘덕구 폭포 쉼터’ – 상류에서 약 20분가량 더 걸어 올라가면 바위 절벽 사이로 길게 떨어지는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 아래에는 허리 깊이 정도의 소(沼)가 있어 잠시 몸을 담그기 아주 좋은 곳이다.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울리지만, 주변 숲이 그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둘째, ‘솔향 바위전망대’ – 상류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작은 산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계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지대가 있다. 이름 그대로 소나무 향이 진하게 퍼지는 곳이며, 여름철에도 바위 위로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온다. 필자는 이곳에서 간단한 주먹밥을 꺼내 먹었는데, 아래로 내려다본 계곡의 풍경이 그 어떤 밥상머리 풍경보다도 훌륭했던 곳이다.

셋째, ‘은어 담소터’ – 덕구계곡 상류와 하류의 중간쯤, 바위가 둥글게 둘러싸인 얕은 소가 있다. 여름철이면 은어 떼가 모여 물결 사이로 은빛을 반짝인다. 발을 담그고 가만히 기다리면, 호기심 많은 은어들이 발끝을 스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현지 어르신들은 이곳을 ‘물고기랑 이야기하는 자리’라 부르는데, 그만큼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여행자의 책임

계곡 탐방을 마친 후, 울진 읍내에서 맛본 ‘울진 대게미역국’은 여정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휼륭한 식사였다. 맑고 깊은 국물에 부드러운 미역, 그리고 대게 특유의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져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인근 시장에서는 말린 오징어와 갓 구운 가자미를 파는데, 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여름이면 새벽에 계곡에 올라가 발을 담그고, 내려와서 바닷가에서 잡은 해산물과 산나물로 식탁을 차린다. 자연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여행의 일부인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움은 지켜야만 유지된다. 최근 일부 방문객들이 무단 야영과 취사를 하며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상류 일부 구간에서 이끼가 사라지고 물고기의 서식지가 줄어든 사례가 있었다. 필자가 마주친 현지인은 “물은 다시 맑아질 수 있어도, 잃어버린 생명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문객이라면 ‘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지정된 구역 외 취사는 삼가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보고싶다면 이를 꼭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바위 표면이 온천수로 미끄러운 구간이 많으므로, 미끄럼 방지 신발 착용도 필수로 준비하기 바란다.

 

덕구계곡 온천 상류와 그 주변의 숨은 포인트 세 곳은 단순한 피서지가 아닌 장소이다. 이곳은 물과 숲, 바람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함께 흐르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여름날의 뜨거움을 식히고 싶다면, 이곳에서 발 한 번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그 청량함을 오래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으로서의 예의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