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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두포해변 (숲과 모래, 모래와 바다의 색감, 쉼) 전라남도 고흥군 동일면 두포리, 그 끝자락에서 마주한 두포해변은 지도에서도 볼 수 없고, 포털 검색에도 그리 많은 정보가 드러나 있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정확히 그 점이 이 해변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이 글은 여름의 끝자락, 8월 말의 평일 오전에 두포해변을 혼자 걷고 머물며 느꼈던 구체적 감각을 중심으로 구성해 보았다. 관광 정보나 소개보다는 풍경이 만들어낸 ‘움직임 없는 경험’을 차분히 기록해 보고자 한다. 숲과 모래 사이를 걷는 길두포해변은 고흥읍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25분가량 차를 몰고 달려가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마지막 2km 남짓한 진입로에 있다. 도로는 서서히 좁아지고, 소나무 숲 사이를 관통하며 한쪽은 들판, 한쪽은 해안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차를 세우고.. 2025. 8. 4.
곡성 압록유원지 (섬진강, 고요함, 자연의 밀도)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이 고요한 마을 끝자락에 ‘압록유원지’라는 이름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 유원지는 관광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휴양지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일상적이다.그러나 바로 그 점이 압록유원지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여름의 한가운데서도 관광객보다 강의 리듬이 더 많이 들리는 이곳에서 나는 ‘여백이 있는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다. 섬진강이 휘감는 땅압록유원지는 곡성 기차마을 관광단지나 침곡역과는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곡성읍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15분 남짓 달리면 섬진강의 흐름이 넓어지는 지점, 그리고 수평선 같은 강변이 펼쳐지는 곳에 이른다.이 유원지는 자연 발생적 쉼터에 가까우며, 강은 그 중심을 흐르되 사람을 중심에 두지 .. 2025. 8. 3.
전남 진도 금갑해변 (금갑해변, 모래와 바람, 고요함)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그 끝자락에 다소 외진 길을 따라가면 ‘금갑해변’이라 불리는 작은 바다가 보인다. 정식 표지판은 존재하지만, 도로에서 그 방향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 해변이 ‘관광지’와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이번 글은 여름의 초입, 진도 금갑해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과 그곳에서 마주한 바다의 표정, 그리고 거기에서 만 예상치 못한 정적의 감각을 중심으로 다른 누구의 시선이 아닌, 오직 걷고 머무른 경험 자체를 통해 적어본다. 바다에 도달하는 ‘진짜 거리’금갑해변은 지도로 보면 단순히 해안도로 옆에 붙은 해수욕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도로조차 굽이치고 끊기며,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지점에서 직접 바다에 닿기까지는 한 번 이상의 길 선택을 요구한다.주차는 공터에서 마무리.. 2025. 8. 3.
경남 함양 상림숲 (신라의 숲, 숲길, 산책 그이상) 경상남도 함양군 중심부, 남계천을 따라 자리 잡은 울창한 숲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림(上林)’이다.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숲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이자,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재'라 불릴 만한 역사적·생태적으로 가치있는 숲이라고 할 수 있다.많은 이들이 상림 숲을 가을 단풍철이나 벚꽃 피는 봄에 찾아 오지만, 내가 이 숲을 찾은 때는 한여름이었다. 기온이 35도를 넘기던 8월 초, 햇볕을 피해 찾은 상림숲은 단지 ‘그늘’이 있는 숲이 아니라 냉기와 고요, 시간의 밀도가 감지되는 감각의 공간이었다. 신라의 숲에서 시작된 1,100년의 시간상림 숲의 기원은 신라 진성여왕 9년, 최치원이 함양 태수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남계천은 범람이 잦았고, 그로 인한 .. 2025. 8. 3.
홍성 몽돌 해변 (숲과 밭, 파도, 섬에서 하루)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그중에서도 ‘죽도’라는 이름의 작은 섬 앞에는 지도에도, 여행 책자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름 없는 몽돌 해변이 있다. 그 해변은 썰물 때가 되어야 모습을 드러내고, 들어가는 길 역시 도보로 20분 이상 이어지는 비공식 경로에 가깝다.그렇기에 그곳은 사람이 적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다.이번 글은 그 죽도 앞 몽돌 해변에서 여름 한낮, 두 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느꼈던 감각을 기록으로 남긴다. 여행이 아닌 ‘멈춤’의 경험으로 남은 그날의 바다를 문장으로 되살려 보며 몽돌해변에서 바다와는 다름 감각을 선보이려 한다. 숲과 밭 사이죽도라는 이름은 섬이지만, 실제로는 간조 시 도보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나는 그 길목을 찾기 위해 서부면의 작은 마.. 2025. 8. 2.
제주 구좌 평대리 (자갈 해변, 새벽바다, 고요한 바닷가) 제주의 동쪽 끝, 구좌읍 평대리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제주시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의 해안 마을로, 최근 몇 년 사이 ‘카페 거리’와 ‘서핑 포인트’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어 젊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마주했던 평대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날은 7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제주 시내를 벗어나 무작정 동쪽을 향해 달리던 중 어느 무명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평대리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바다의 입구를 지나며평대리 해안도로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카페거리 중심부를 벗어나 남쪽 작은 갈림길로 접어들자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었고, 풀숲과 해풍에 말라붙은 흙냄새가 뒤섞여 있는 곳에 좁은 길이 나 있는 곳 조용한 바다 쪽으로 이어졌다.도보로 5.. 2025.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