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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호미곶(첫인상, 소만해안 특징, 포인트)

by think0927 2025. 8. 11.

경상북도 포항시 호미곶 일대는 한반도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주변에는 대중의 발길이 드물게 닿는 조용한 포구와 숨은 해변이 존재한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소만’이라 불리는 작은 어촌과 그 인근 해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은 지도상에 어슴푸레하게 표기되어 있지만, 유명 관광지로서의 홍보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롯이 어민들의 삶과 바다 본연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경북 포항 호미곶 소만해안 바다모습
경북 포항 호미곶 소만해안 바다모습

찾아가는 길과 첫인상

소만은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서 차량으로 10분 남짓 이동하면 닿을 수 있는 어촌 마을이다. 호미곶광장에서 동해를 등지고 남쪽 해안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해안 절벽과 낮은 구릉이 어우러진 구간이 나타난다. 이 길은 차량 통행량이 적어 바다와 맞닿은 도로를 천천히 달리기 좋으며, 곳곳에 차량을 잠시 세울 수 있는 갓길이 마련되어 있다.

필자는 한여름 오후 처음 이곳을 찾았었다. 그러나 호미곶 인근 특유의 해풍이 불어와 땀이 식고 공기가 한결 맑게 느껴졌다. 마을로 들어서자 소박한 선착장과 몇 척의 작은 어선들이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어선 주변으로는 갈매기들이 유유히 날아다니며, 간혹 바다 표면을 향해 급강하해 작은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소만 해안의 특징과 여름의 매력

소만 해안은 모래와 몽돌이 혼합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바위지대가 해안선에 맞닿아 있다. 이로 인해 파도 소리가 단순히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바위와 몽돌, 그리고 물결이 섞여 내는 다층적인 울림이 형성된다. 파도는 대체로 잔잔하나,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강한 해풍에 의해 순간적인 물결이 이는 경우가 있어, 아이와 함께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수온이 비교적 낮아 시원함을 오래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발목까지 바닷물에 담갔을 때, 해풍과 물의 온도가 어우러져 마치 자연 냉장고 속에 들어간 듯한 시원함을 맛보았다. 바닷속에는 작은 어류와 소라가 눈에 띄었으며, 얕은 바위 틈에는 미역과 해초가 무성히 자라 있어 바다 생태 관찰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곳이다.

특히, 소만 해변 일부 구간에서는 갯바위가 자연적인 차양 역할을 해, 한여름에도 그늘 아래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기 좋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멀리 호미곶의 상징 조형물이 아련하게 보이며, 관광객이 붐비는 호미곶광장과는 완전히 다른 고요함이 느껴진다.

체험과 사진 촬영 포인트, 주의사항

소만은 상업적 시설이 거의 없어, 방문하면 오롯이 자연과 마을 풍경에 집중할 수 있다. 필자는 아침 일찍 소만에 도착해, 해안로를 따라 약 300미터가량 걸었다. 이 구간은 오른쪽으로는 마을 담장이, 왼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이어져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풍경이 바뀐다.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를 무렵, 바닷물과 하늘이 모두 붉게 물드는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보다 눈으로 담는 것이 더 깊이 남는다.

사진 촬영을 원한다면, 만 입구 쪽에 위치한 작은 방파제 끝을 추천한다. 이 지점에서는 곡선 형태의 해안선과 멀리 보이는 호미곶, 그리고 어선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여름 오후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파도 물보라가 역광 속에서 반짝이며, 이 장면은 전문 장비 없이도 충분히 인상 깊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소만은 공식 관광지가 아니기에, 방문객 스스로 준비할 것이 많다. 첫째, 해변과 갯바위 모두 날카로운 돌이 있으므로 아쿠아슈즈 착용은 필수이다. 둘째, 마을 내에는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거의 없으므로, 필요한 간식과 음료는 미리 인근 읍내에서 구입해서 방문해야 한다. 셋째,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마을 주민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지정된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만 해안은 어민들의 생계 현장이기도 하다. 해변에 놓인 어구나 그물은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한다. 필자가 머물렀던 하루 동안, 마을 주민 한 분이 바다에서 잡은 멸치를 직접 손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손길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바다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묻어나는 장인정신에 가까웠다.

 

경북 포항 호미곶 인근 소만은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관광 안내서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바다의 한 조각이다. 조용한 파도, 부서지는 물결 소리, 그리고 바닷바람이 전하는 청량함은 여름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낸다. 복잡하고 붐비는 해수욕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바다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호미곶을 찾는 여정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겨 이 숨은 해안을 방문한다면, 동해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