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부산 이색휴가지(흰여울문화마을, 미포철길, 보수동 책방골목)

by think0927 2025. 7. 10.

부산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여름 휴가지가 가득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을 찾으려면, 조금은 낯선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해운대, 광안리를 지나쳐 영도로 향하고, 트렌디한 카페 대신 오래된 책방을 찾는 여행 보다는 오늘은 부산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색적이고 특색 있는 부산 여름 휴가지 3곳을 직접 체험한 느낌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부산의 여행지들을 소개합니다.

 

부산 이색휴가지 보수동 책방골목길 모습
부산 이색휴가지 보수동 책방골목길 모습

감성여행 '흰여울문화마을'

부산 영도 끝자락, 흰여울문화마을은 정말 바다와 맞닿아 있는 작고 아담한 마을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피란민들이 정착해 형성된 곳으로, 오래된 주택들이 절벽 위에 겹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해안 절벽 위로 펼쳐지는 파란 지붕과 하얀 벽이 마치 외국의 어느 마을처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걸음걸이마저 느려지게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좁은 골목마다 책방, 캘리그라피 작업실, 수제 엽서 가게가 숨어 있고, 창문 너머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마을 어귀의 ‘흰여울다방’에서 마신 시원한 오미자차 한 잔은 여름 햇볕을 단숨에 잊게 해줬습니다.  ‘흰고래책방’에서는 현지 출신 작가들의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꿀팁을 알려드리면 문장 엽서도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영화를 촬영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있어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포인트도 구경 가능합니다. 그리고 오후 4시~5시경이 가장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하는데 이 시간대에는 햇빛이 슬며시 기울며 골목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해운대는 그대로 두고, '미포 철길' 따라 걷기

부산에서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까지 이어지는 옛 동해남부선 철길입니다. 예전 기차가 지나던 이 길은 2013년 철도 폐선 후 보행 산책로로 변신했고, 요즘은 조용한 걷기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았을 땐 무더운 7월 오후였지만, 바닷가 옆이라 그런지 땀이 식을 정도로 바람이 계속 불어 너무 좋았습니다. 청사포 쪽에는 붉은등대와 하얀등대가 쌍둥이처럼 마주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습니다. 걷는 동안 파도 소리가 따라 들려오는데 때때로 철길 아래를 스치는 해풍은 머리끝까지 감성을 자극합니다.

트래킹 코스도 추천드립니다. 걷는 순서는 ‘송정 → 미포’ 방향 추천 (내리막 위주, 그림자 많음)합니다. 중간 중간 설치된 전망쉼터 벤치에서 바다와 함께 독서도 가능하고 청사포 초입에 있는 ‘청사포 옛날통닭’은 테이크아웃 후 바다 보며 맥주와 치맥 한잔 하는 감성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 부산근대역사관'

여름 한낮의 햇볕이 너무 강해서 실내에서 시원하게 쉬고 싶을때, 의미 있는 여행을 즐기고 싶을때 방문하면 좋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과 부산근대역사관입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전국 유일의 ‘책의 거리’로, 피란민 시절부터 7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골목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빼곡한 중고서적들, 오래된 만화책들, 고서들이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사이로 여전히 사람들이 책을 읽고 흥정을 합니다. 책방골목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산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영사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역사문화공간으로, 냉방이 잘 되어 있어 무더운 날에 잠시 땀과 피로를 식히기에 아주 딱입니다. 전시 내용도 알차고, 특히 피란 시절 부산 모습은 현재 도시 풍경과 대조되어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한결서점’은 외국 고서, 예술서적 전문으로 내부 사진 촬영도 가능합니다. 역사관 도슨트 투어는 평일 오전 11시, 무료 운영 (선착순)되고 있으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책방 골목에서 ‘30년 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니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껴보세요.

 

부산은 분명 바다의 도시지만, 그 바다를 둘러싼 마을과 골목, 사람들의 삶을 마주할 때 비로소 여행의 깊이가 생깁니다. 흰여울의 고요함, 철길 위 바람, 책방 골목의 냄새는 여느 피서지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여름, 부산 바다의 파도소리 보다 골목 끝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정적, 책을 넘기는 감촉에서 오는 휴식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부산을 조금 낯설게 걸어보는 색다른 여행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지도 모릅니다.